일본 박물관 수장고 포화 상태! 정부가 자료 폐기까지 명시한 이유

일본의 박물관들이 소장 자료를 보관할 공간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전시실에는 일부 유물과 표본만 공개되지만, 그 뒤편 수장고에는 연구와 교육에 필요한 방대한 자료가 쌓여 있는데요. 일본 정부는 2026년 3월 박물관 운영 기준을 개정하면서 자료 관리 방법에 ‘폐기’를 처음 명시했습니다. 다만 정부가 문화재를 무조건 버리라고 지시한 것은 아닙니다. 다른 보존 방법을 충분히 검토한 뒤 불가피한 경우에만 신중하게 판단하도록 한 것입니다.

10월 24일 FNN은 가고시마현의 박물관과 매장문화재 보관시설을 취재해 이 문제를 소개했습니다. 정부의 기준 개정은 이미 3월 31일 이뤄졌으며, 10월 보도는 그 이후 현장에서 벌어지는 고민을 조명한 내용입니다.

일본 박물관 수장고 포화 상태! 정부가 자료 폐기까지 명시한 이유

전국 박물관 60% 이상이 수장 공간 한계에

일본 문화청이 소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장고가 가득 찼거나 자료를 모두 넣지 못한다고 응답한 박물관은 전체의 60%를 넘었습니다. 수장률이 70% 이상 90% 미만인 시설까지 포함하면 공간 문제를 겪는 박물관의 비율은 90% 이상으로 제시됐습니다. 여기서 두 수치는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결과이므로 같은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박물관은 전시만 하는 시설이 아닙니다. 지역의 자연사 표본과 역사 유물, 민속자료 등을 수집하고 보관하며, 연구자와 다음 세대가 다시 살펴볼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역할도 맡습니다. 새로운 발굴과 기증이 이어질수록 소장품은 늘지만 건물과 예산을 쉽게 확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가고시마현립박물관, 전시 6천 점에 수장 자료 16만 점

가고시마시의 가고시마현립박물관은 약 6,000점을 전시하고 있지만, 수장고에는 약 16만 점의 자료가 보관돼 있습니다. 보관 능력은 약 17만 점으로 소개됐습니다. 전시 공간에서 볼 수 있는 자료보다 훨씬 많은 표본과 기록이 뒤편에 남아 있는 셈이죠.

수장고에는 1911년에 채집된 펠리컨 표본도 있습니다. 100년 넘게 보존된 이 표본은 당시 지역의 자연환경과 생물에 관한 연구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눈에 띄는 활용처가 없다고 해서 곧바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박물관 관계자는 자료를 폐기하는 일이 과학적 발견의 가능성을 버리는 것과 연결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발굴된 작은 토기 조각도 중요한 역사 증거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시의 현립 매장문화재센터도 공간 부족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약 2,000㎡의 수장고에 4만 3,800상자의 자료가 보관돼 있으며, 상자가 빼곡히 들어찬 상태입니다. 센터는 2024년 기존 주차장 자리에 제2수장고를 마련했고, 선반 설치가 끝나면 약 1만 상자를 추가로 보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발굴 자료의 상당수는 온전한 유물이 아니라 토기와 석기의 작은 파편입니다. 겉보기에는 비슷한 조각이라도 출토 장소와 주변 자료를 함께 분석하면 과거 사람들이 도구를 만들거나 사용한 방식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가고시마현에서 나온 석기와 주변 파편을 맞춰 본 연구에서는 그 장소에서 석기를 제작했다는 단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작은 조각이 미래의 연구에서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보존의 어려움을 더합니다.

정부는 왜 폐기를 기준에 넣었을까

일본 문부과학성은 2026년 3월 31일 ‘박물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바람직한 기준’을 개정했습니다. 자료의 교환, 양도, 대여, 반환 등과 함께 폐기를 관리 방법의 하나로 검토할 수 있도록 명시했는데요. 그러나 폐기는 다른 수단을 검토한 뒤 어쩔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신중하게 시행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8월에는 문화심의회가 자료의 폐기는 어디까지나 마지막 수단이라는 방향을 확인했습니다. 다른 박물관으로의 양도, 교육 목적 활용, 기증자에게 반환하는 방안 등을 우선 검토하고, 폐기 결정이 내려질 경우 그 이유와 판단 과정을 공개해 외부에서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입니다. 이는 자료 정리를 일률적으로 강요하는 정책과는 다릅니다.

더 큰 수장고와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이유

자료를 무한정 보관할 수도, 당장 쓸모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없앨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소장품의 출처와 상태를 정확히 기록하고, 기관끼리 보관 공간을 공유하거나 다른 시설에 자료를 옮기는 방법이 중요해집니다. 디지털 기록은 접근성을 높일 수 있지만, 표본의 재질이나 토기의 제작 흔적처럼 실물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정보까지 모두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가고시마현의 사례는 단순한 창고 부족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자료를 미래 세대에 남기고, 그 결정을 누가 어떤 근거로 내릴 것인가라는 문화유산 관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일본의 박물관들이 수장 공간을 확충하는 동시에 투명한 자료 관리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참고 자료: FNN · 가고시마TV · 교도통신 · 일본 문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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