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천황과 아이코 공주가 감상한 천 년의 음악 ‘가가쿠’ 유네스코 문화유산의 특별한 전통

일본 나루히토 천황과 장녀 아이코 공주가 2026년 10월 24일 도쿄 황궁에서 열린 전통 궁중음악 ‘가가쿠(雅楽)’ 공연을 함께 감상했습니다. 이날 두 사람은 관현악 합주와 춤이 어우러진 공연을 지켜보며 연주 방식과 의상에 관해 질문했고, 공연이 끝난 뒤 즐거웠다는 소감을 전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이번 행사가 주목받은 이유는 왕실 가족의 동반 외출뿐만은 아닙니다. 가가쿠는 천 년 넘게 이어져 온 일본의 대표적인 궁중 공연예술로,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된 전통문화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독자에게는 낯설 수 있는 이 음악의 특징과 황궁 공연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일본 천황과 아이코 공주가 감상한 천 년의 음악 ‘가가쿠’ 유네스코 문화유산의 특별한 전통

황궁에서 함께 공연 감상한 천황과 아이코 공주

FNN에 따르면 나루히토 천황과 아이코 공주는 24일 오후 2시 30분 무렵 황궁에 있는 궁내청 악부 청사에 도착했습니다. 두 사람은 참석자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한 뒤 가을 가가쿠 연주회를 관람했습니다. 공연 장소는 도쿄 황궁 동어원 안에 자리한 궁내청의 전통음악 관련 시설입니다.

이날 무대에서는 악기 합주인 ‘관현(管絃)’과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무악(舞楽)’을 포함해 모두 여섯 곡이 연주됐습니다. 두 사람은 때때로 공연 안내 자료를 살펴보거나 설명을 듣고 박수를 보냈습니다. 공연을 마친 뒤에는 매우 즐거웠다는 취지로 소감을 전했다고 여러 일본 매체가 보도했습니다.

아이코 공주는 2022년 가을 이후 봄과 가을에 열리는 가가쿠 연주회를 아홉 차례 연속으로 관람했습니다. 아버지인 천황과 함께 공연을 본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입니다. 일회성 왕실 일정이 아니라 일본 전통예술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공연에서 선보인 에텐라쿠와 곤주는 어떤 작품일까

이번 공연에는 ‘에텐라쿠 노코리가쿠 산벤(越殿楽残楽三返)’과 ‘곤주(胡飲酒)’ 등이 포함됐습니다. 에텐라쿠는 가가쿠의 대표적인 관현곡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날 소개된 연주 방식은 곡이 진행되면서 연주에 참여하는 악기를 차츰 줄이는 것이 특징으로, 같은 선율도 악기 편성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들리게 됩니다.

곤주는 술에 취한 사람의 모습을 표현한다고 전해지는 한 사람이 추는 무악입니다. 연주와 춤이 결합한다는 점에서 악기 연주만 감상하는 서양식 연주회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죠. ANN 보도에 따르면 아이코 공주는 이 작품을 보면서 조용한 음악과 역동적인 춤이 대비되는 점이 좋다는 취지의 감상을 전했습니다.

가가쿠의 매력은 단순히 오래된 곡을 그대로 연주한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의상과 동작, 악기 편성, 선율이 하나의 공연을 이루고, 세대마다 이를 배우고 전승한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가가쿠는 일본의 어떤 음악일까

가가쿠는 일본 궁중의 의식과 연회에서 오랫동안 연주돼 온 전통 공연예술입니다. 궁내청은 이를 크게 악기 중심의 관현, 춤을 중심으로 하는 무악, 노래를 중심으로 하는 가요로 구분합니다. 일본 고유의 음악적 요소에 오래전 동아시아 대륙에서 전해진 음악과 춤이 결합하면서 독특한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대표적인 악기로는 여러 개의 가느다란 관을 묶은 입으로 부는 악기 ‘쇼(笙)’, 날카롭고 뚜렷한 음색의 관악기 ‘히치리키(篳篥)’, 가로피리, 비파, 북 등이 있습니다. 악기마다 소리를 내는 방식이 달라 합주에서는 독특한 음색의 층이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전통은 황궁 안에서만 보존되는 유물이 아닙니다. 일본 궁내청 악부의 연주자들은 정기적으로 연습과 공연을 이어가고 있으며, 일반인을 위한 공개 연주회도 열고 있습니다. 전통을 현재의 무대에서 계속 연주하고 전승한다는 점이 가가쿠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2009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가가쿠는 1955년 일본의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고, 2009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유네스코는 가가쿠를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공연예술 가운데 하나로 설명하면서, 서로 다른 문화적 요소가 긴 시간에 걸쳐 융합됐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이 등재는 특정 악보나 공연 영상 한 편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악기를 다루는 기술, 공연 형식, 이를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들의 전승 활동까지 포함하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라는 의미입니다. 일본 궁내청 악부는 이러한 전통을 보존하고 다음 세대로 전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일반인도 볼 수 있는 황궁의 가가쿠 공연

가가쿠가 황실 전용 공연이라는 인식과 달리, 궁내청은 봄과 가을에 일반인을 위한 연주회를 개최합니다. 2026년 가을 공연은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 동안 열리도록 계획됐습니다. 공연 신청은 미리 접수했고, 신청자가 많아 추첨을 실시했습니다.

궁내청이 9월 15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가을 공연에는 1만736건, 2만623명의 신청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933건에 해당하는 1,800명이 당첨됐습니다. 오래된 궁중음악을 직접 감상하려는 관심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다만 이는 공연 전체 모집 결과이며, 24일 천황과 아이코 공주가 참석한 회차의 관객 수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황궁 공연은 일본 왕실의 문화 행사인 동시에 오랜 전통예술이 오늘날에도 연주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일본의 궁중문화를 이해하려면 왕실 인물들의 행보뿐 아니라, 그들이 감상한 음악이 어떤 역사와 전승 체계를 지니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만합니다.

참고 자료: FNN · ANN · 일본 궁내청 · 유네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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