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독일이 인공지능(AI), 경제안보, 방위산업을 중심으로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2026년 10월 28일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을 ‘프리미엄 파트너’로 규정했습니다. 양국은 정상 공동성명과 첨단기술 협력, 경제안보 협력에 관한 공동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회담은 단순히 우호 관계를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AI 정책을 논의할 고위급 대화를 새로 출범시키고, 핵심 광물의 공급원을 다변화하며, 방위산업 협력을 추진하는 방향까지 확인했는데요. 다만 일부 구상은 앞으로 구체적인 협의가 필요한 단계입니다.

도쿄에서 열린 정상회담, 프리미엄 파트너로 관계 규정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정상회담은 10월 28일 오후 6시 10분부터 약 30분 동안 총리관저에서 진행됐습니다. 이후 공동 기자발표가 이어졌고, 양국 경제계 인사들과의 의견 교환 및 정상 간 만찬도 마련됐습니다. 메르츠 총리는 28일부터 29일까지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양국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 왔다며 관계를 프리미엄 파트너라고 표현했습니다. 메르츠 총리도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공통점이 많은 나라라고 평가했습니다. 여기서 프리미엄 파트너는 이번 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긴밀함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입니다. 새로운 군사동맹이나 별도의 조약이 체결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AI 고위급 대화 출범, 일본 AI 정상회의도 협력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일본·독일 AI 고위급 대화’ 출범이 핵심 합의 가운데 하나입니다. 양국은 AI와 관련한 정책과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일본에서 AI 정상회의를 개최하기 위한 조율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정상회의의 구체적인 개최 날짜와 참석국이 이번 발표로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AI 외에도 핵융합과 수소 등 차세대 에너지 기술에서 정부와 민간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이 결합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활용하려는 기술로, 장기적인 에너지 공급과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과 독일은 제조업과 첨단기술 분야에서 산업 기반을 갖춘 국가입니다. 이번 합의는 연구개발뿐 아니라 기업 간 협력과 기술의 실제 산업 적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다만 발표된 협력 방향과 향후 사업의 성과는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 경제안보 공동선언
경제안보 분야에서는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한 핵심 원료 의존도를 줄이는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습니다. 양국은 핵심 광물 공급원의 다변화와 대체 공급원 개발, 핵심 기술 보호, 공급망의 회복력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경제안보는 국가 경제와 안보에 중요한 물자와 기술이 외부 충격으로 끊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정책을 뜻합니다. 반도체, 배터리, 첨단 제조업에 필요한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공급망은 원료 채굴부터 가공, 부품 생산, 완제품 제조까지 이어지는 연결 구조를 말합니다.
일본 언론은 이번 합의가 중국의 수출 규제에 대한 경계와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공식 공동선언의 취지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제재를 새로 결정했다는 것보다, 양국이 공급처를 다양화하고 전략적 위험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데 있습니다.
방위산업 협력 확대, 전투기 개발 참여는 미확정
안보 분야에서도 양국은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과 독일의 인도태평양 정책을 바탕으로 양국 군의 상호운용성을 높일 기회와 협력 틀을 검토하고, 방위산업 분야의 협력도 추진한다는 내용입니다. 상호운용성은 서로 다른 국가의 군이 훈련이나 작전에서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메르츠 총리는 일본·영국·이탈리아가 추진하는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인 GCAP 참여에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독일이 해당 사업에 정식으로 참여하기로 합의한 것은 아닙니다. 참여 조건과 사업 구조 등에 대한 후속 논의가 필요한 단계입니다.
양국 정상은 유럽·대서양과 인도태평양의 안보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인식도 공유했습니다. 이는 유럽의 안보 문제가 아시아와 무관하지 않고, 인도태평양의 불안정 역시 유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을 반영합니다.
산업 정책과 기업 협력에도 관심
정상회담에서는 유럽연합(EU)의 산업 지원 정책도 논의됐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EU의 산업가속화법 관련 움직임에 우려를 전달하고, 전략 산업 지원책을 설계할 때 일본과 독일의 이익을 상호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독일은 EU 회원국이지만 일본과는 별도의 산업 협력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대목입니다.
메르츠 총리의 방문에는 독일 경제계 대표단도 동행했습니다. 일본과 독일 기업 관계자들은 첨단기술과 산업 협력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정상 간 합의가 실제 투자나 공급망 협력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기업들의 후속 계약과 사업 추진 상황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도 중요한 AI·공급망 협력 흐름
일본과 독일의 협력 강화는 한국에도 참고할 만한 움직임입니다. 한국 역시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 첨단 제조업의 비중이 높고 핵심 원료의 안정적인 조달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일본과 독일이 공급망을 재편하거나 첨단기술 협력 범위를 넓히면 관련 산업의 경쟁 환경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으로 한국 기업에 직접적인 규제가 생기거나 특정 공급 계약이 변경됐다는 발표는 없습니다. 실제 영향은 앞으로 나올 정책과 기업별 협력 사업을 살펴봐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번 회담의 핵심은 AI·경제안보·방위 분야에서 협력의 틀을 넓혔다는 점입니다. 공동선언의 이행 일정과 구체적인 프로젝트, 독일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 참여 논의가 앞으로의 관전 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 자료: 일본 외무성 · 일본 총리관저 · FNN ·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