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최종처분장을 찾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설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2026년 10월 23일에는 경제산업성 관계자들이 가고시마현 시부시시를 방문해 처분장 선정의 첫 단계인 문헌조사 등을 설명했는데요. 시부시시장은 현재 조사 수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방문은 곧바로 처분장 건설을 결정하거나 정식 조사를 요청한 절차는 아닙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일본의 핵폐기물 처리 문제가 다시 주목받는 계기가 됐습니다.

시부시시를 찾은 일본 정부, 시장은 신중한 입장
MBC 남일본방송의 10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경제산업성 직원과 규슈전력 관계자들은 시부시시청에서 시모히라 하루유키 시장을 만나 최종처분장 선정 절차를 설명했습니다. 정부 측은 전국 약 300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관련 설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최종처분 문제를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보고, 문헌조사를 진행하는 지역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시모히라 시장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재로서는 문헌조사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같은 날 미야자키현 구시마시와 니치난시 등에서도 정부의 설명이 진행됐습니다. 미야자키방송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은 이번 방문을 전국적인 이해 증진 활동으로 설명하면서 처분장 선정을 위한 구체적인 요청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핵폐기물은 왜 일반 폐기물처럼 처리할 수 없을까
일본에서 흔히 ‘핵 쓰레기’라고 부르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능이 높은 폐기물을 가리킵니다. 장기간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사람과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오랜 기간 격리·관리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일본이 추진하는 방식은 지하 깊은 암반에 폐기물을 처분하는 ‘지층처분’입니다. 일본의 원자력발전환경정비기구(NUMO)에 따르면 법률상 처분 깊이는 지하 300m 이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단순히 깊게 묻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며, 지하수의 흐름과 암반의 안정성, 화산 및 단층의 영향도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특히 일본은 지진과 화산 활동을 고려해야 하는 나라입니다. 처분장 후보지를 찾는 과정에서 지질학적 안전성 검토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이죠.
문헌조사를 받으면 바로 처분장이 들어설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본의 최종처분장 선정은 문헌조사, 개요조사, 정밀조사라는 세 단계를 거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첫 단계인 문헌조사에서는 기존 지질도와 연구 논문, 과거 조사 자료를 분석합니다. 이 단계에서 땅을 직접 파는 시추 작업은 하지 않습니다.
이후 개요조사에서는 시추 등 현장 조사를 통해 지질과 지하수 상태를 확인하고, 정밀조사에서는 지하 조사시설 등을 활용해 더욱 자세히 살펴봅니다. 정부 자료에는 세 단계의 예상 조사 기간이 각각 약 2년, 4년, 14년으로 제시돼 있습니다.
NUMO는 문헌조사 자체가 처분장 수용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다음 조사 단계로 넘어갈 때에는 관계 지자체장과 광역자치단체장의 의견을 듣고, 반대 의견이 있으면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정부 설명회 참석, 문헌조사 실시, 최종처분장 확정은 서로 다른 단계로 구분해야 합니다.
최대 20억 엔 지원에도 지자체가 신중한 이유
일본 정부는 문헌조사를 수용한 지역에 조사 기간 동안 최대 20억 엔의 교부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지역 재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금액이지만, 이것만으로 주민의 동의나 처분장 건설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야자키현 구시마시의 다케다 고이치 시장도 10월 23일 정부 설명을 들은 뒤 문헌조사 수용에 관한 정식 요청이 없었으며 현재 결정된 사항도 없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현지 방송은 시장이 재정 문제를 교부금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핵폐기물 처분장은 장기간의 안전성 검증뿐 아니라 지역 주민과의 신뢰 형성이 필요한 시설입니다. 정부가 조사 지역을 확대하려 하더라도 각 지역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별개의 문제로 남습니다.
일본의 최종처분장 선정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10월 23일 지지통신 보도에 따르면 문헌조사가 진행된 지자체는 홋카이도의 슷쓰정과 가모에나이촌, 사가현 겐카이정, 도쿄도 오가사와라촌의 미나미토리시마, 이바라키현 히타치오미야시 등 다섯 곳입니다. 다만 문헌조사가 진행됐다는 사실이 최종처분장 건설지로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일본 정부는 기존 원전에서 발생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최종 처분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안전성 검토와 지역사회 수용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합니다. 이번 시부시시 방문 역시 이러한 장기 과제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현재 확인된 것은 정부가 설명을 실시했고 시부시시장이 조사 수용에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정식 조사 요청이 이뤄지는지, 지자체와 주민이 어떤 의견을 내놓는지가 중요한 확인 사항이 될 전망입니다.
참고 자료: MBC 남일본방송 · 지지통신 · 일본 자원에너지청


